<교육소송, 파멸당하거나 파멸시키거나; 웹툰작가-특수교사 소송 1심 선고에 대한 대한교조 입장>
“모두를 망가뜨리는 교육 송사는 조금의 해법도 될 수 없다.”
∙웹툰작가도 특수교사도 죽음을 골몰할만큼 비참했던 교육소송
∙난무한 교육 소송들은 교육 파괴적이고 모두를 비극으로 내몰고 있음
∙급진적 법해석에 매몰된 재판부의 판결에 아쉬움
❑ 매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 특수교육
공교육에서 특수교육은 사실 변방이랄 수 있는 분야였다. 예전에는 특수교사에 대한 공공연한 별명이 ‘별당아씨'였다고 한다. 학교 건물의 맨 구석, 혹은 별관건물에 나홀로 붙어있는 외딴 섬 같아서. 사람도 공간도 모두.
이런 특수교육이 이렇게까지 신문 지면에 큰 활자로,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린 이유가 사건사고였음은 마음 무겁다. 지난해 특수교육, 특수학급 관련한 일로 민원과 송사가 유독 많이 벌어졌고 그 가운데에는 연예인 학부모의 건도 있었다.
정서적 학대 소송, 불법녹음 등, 2000년대 이후 교육계의 여러 어두운 화두들이 맨 먼저 들어오는 게이트적 입장이 특수교육이어서 그럴 것이다. 교실붕괴 현상, 학부모-교사 간의 좋지 못한 이슈 등, 특수학교, 특수학급은 항상 몇년 앞서서 겪고 그게 차츰 전국화, 전체 교육의 문제화로 확대되곤 한다. 학부모가 아이들 가방에 녹음기 넣어 보내는 놀라운 불법적 관행도 사실 지역 특수학교에서 맨 먼저 겪었다는 평이 많다. 그게 퍼지고 퍼져서 전국화된 것이다. 특수교육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요 탄광의 카나리아적 존재 랄 수 있겠다. 공교육의 맨 앞단에서 경종과 위험의 신호를 알리는 존재.
❑ 근본주의적, 급진적 법해석에 매몰된 재판부에 큰 아쉬움을 표한다
2월 1일 어제, 세간에 큰 논란이 된 웹툰작가-특수교사 소송건에서 수원지방법원이 피고인 특수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두개의 치열하고도 심대한 법적 쟁점, 그리고 하나의 도의적 쟁점이 복잡히 뒤얽은 면이 있다. 과연 아이의 옷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보내어 확보한 자료가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가. 둘째로 과연 교사가 혼잣말했다는 너, 싫어 등의 반복적 표현이 아동에게 지각될 경우, 그것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가. 재판부는 모두 그렇다고 판단했다.
우리 대한교조는 수많은 보도자료와 성명서, 방송출연을 통해 관행시 되는 정보통신보호법상 불법녹음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소송 목적의 인권론이 실상은 교실 교육을 폭력적으로 망가뜨리고 교육자-학생-학부모의 관계를 남루하게 만드는지 대국민설득을 해왔다. 한편으로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규정이 과격하고 근본주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을 경계하며 2015년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근거로 가정-학교의 학대 기준을 동등하게 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만일 이번 건을 ‘정서적 학대’ 로 규정내리면 전국의 학부모들 중 몇이나 무탈할 수 있겠는가. 통상의 육아, 보육환경에서 주고받는 언어 수준을 법적 학대 판단의 새 기준으로 놓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더이상의 근본주의적, 급진적 법해석이 없길 바란다. 상고심에서 이런 생산적이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통상의 기준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길 간절히 바란다.
❑ 파멸당하거나 파멸시키거나; 자기파괴적 송사는 조금의 해법도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본 사건의 가장 뼈아프고 서글픈 심정적 쟁점이 있다. 우리 대한교조 교육자들은 가장 눈시울 붉히는 지점이다. 함께 당사자들을 탓하고 싶고, 또한 함께 애통해하는 지점이다. 바로 이 모든 송사와 논란의 과정에서 ‘사람'이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송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 가장 인간적 현상인 교육의 문제를 가장 비인간적인 송사로 해결하려 들었던 것, 그것이 옳지 않았다. 법적 해결은 조금의 해법도 될 수 없음을 당사자가 간과했다. 교육자의 일원으로 금번사건의 전개과정이 비참했던 지점은 학부모의 녹음도, 교사의 썩 부적절해 보이는 말도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대화가 없었다. 울고 따지고 해명하고 화해하고 목청 높여서 감정 상하고, 그런 지극히 인간적인 과정이라곤 없이 일단 소장부터 써내렸다. 그 처연한 몰인간적 절차들을 우린 비판한다. 꼬이고 꼬인 인간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것 같던 법적 쟁송은 결국 양편 모두를 망가뜨렸다.
웹툰작가 학부모는 심경을 털어놓으며 한때 자살을 골몰했다고 밝혔다. 특수교사도 똑같았다. 운전대를 놓아버리려다 가족 생각하며 버틴게 여러번이었다고 한다. 고소인도 피고소인으로 심판대에 올려진 이도 삶을 내던져버리고 싶을만큼 붕과시키는, 송사란 그런 것이다. 파멸당하거나 파멸시키거나. 이런 잔인한 해법이 어떻게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양편 다 소중했던 그곳 교실을 떠나, 지상의 어딘가에서 고통을 부유하고 있다.
❑ 교육특별법원의 설립, 가정 내 육아, 보육 환경에 준하는 정서적 학대 기준의 현실화 등 우리는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저열한 말과 글 대신 정연한 제도적, 도덕적 해법을 강구하는 기회가 되길.
너무나 진부한 주장일수 있으나 인간의 방법, 휴머니티의 식과 법으로 꼬인 타래를 다시 풀기 바란다. 만나서 서운했던 것을 말하고 후회도 하고 미안하다고도, 따지기도 하길 바란다. 그게 교육적이다. 죽음까지 떠올렸던 사람들이 이제와 무슨 자존심이며 법적 이해인가.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내던져진 학부모, 교사가 서로의 얼굴에서 희노애락의 닮은 꼴을 확인하기 바란다. 거울을 대면하듯 상대의 고통을, 서러움에서 자기 비극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금번 사태를 계기로 하여 우리가 논의할 건설적 논거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군대의 경우 그 특별성을 고려하여 군사법원이 있듯 성인사회의 일반소송과 같은 참혹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교육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특별사법시스템 성립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도록 하자. 또한 우리 대한교조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듯 2015년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근거하여 평상의 교육, 보육환경 내에서 벌어지는 부모-자녀 간 관계에 준하도록 정서적 학대 기준을 새로 세우도록 하자. 인권의 보편성을 고려해 교육현장에 대해서만 급진적으로 원리주의적인 학대규정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 교육 관련 갈등 사항들이 통상의 법적 쟁송으로 곧장 옮겨가기 전에 반드시 교육청 내 합의조직, 위원회 조직에서 심의, 자문, 합의의 과정을 거치도록 의무규정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저열한 말과 글 대신 정연한 제도적, 도덕적 해법을 강구하는 기회로 만들어나가야겠다.
대중들에게도 간곡히 요청드린다. 마음 고생하는 장애학생과 학부모, 피소되어 삶이 기둥째 흔들리는 교육자들을 비난하고 끔찍하게 조롱하는 글들을 중단해주시길 바란다. 무슨 논의와 논쟁이든 구슬픈 사연의 사람들을 우리 뇌리에서 소외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인간의 낯으로 사람의 존엄을 최우선에 놓는 이야기만 나눌 수있길 교육의 최전선에 서있는 우리 대한교조 교사들은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 /
2024년 2월 2일 / 대한민국교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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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 조윤희 (010.5492.5978// c103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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