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제작하고 배포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교원용 자료집> ‘교육활동 침해행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3-09-24
조회수
640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제작하고 배포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교원용 자료집>

교육활동 침해행위, 어떻게 대응할까요?’는 대체 누구를 위한 가이드북인가?

 

수업 방해 학생 지도하다 언성 높아지면, 아동학대 맞으니 조심해라?

수업 참여를 거부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교육활동 침해 아니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 깨우니 날아온 욕설, 교사 모욕이 아니다?

민원인이 돌아갈 때, 공손하게 인사하라?

민원이 지속되면, 최선을 다해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라?

 

<황당과 경악 사이, 한국교육개발원의 막 나가는 교권 가이드북>

 

대한민국은 교육으로 일어선 나라였다. 인적자원 말고 가진 게 없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교사들의 연쇄적 사망, 그 결과 세상에 알려진 잔인했던 민원들, 각종 형사 소송의 내막까지, 학교 현장의 비극들이 국가적 이슈로 언론과 국민의 입에 오르내린 지 언 두 달째다.

 

교육당국이나 주변의 어떤 도움도 없이 홀로 도를 넘는 민원과 소송을 감당하다 죽음에 이른 사연들은 전 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다. 숱한 국민이 교육자들의 좌절에 공감해주. 더 이상 이렇게는 안된다고, 도대체 무엇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를 이런 붕괴일로에 밀어넣었는지 진지한 국민적 논의와 성찰의 장이 뒤늦게 열린 셈이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교원조합(이하 대한교조’) 존경하는 국민과, 학교를 사랑하는 이 땅의 교육자들 모두에게 일종의 폭로가 될 수도 있는, 혹은 교실 붕괴의 근본 이유를 가늠하게 할 수도 있는 놀라운 자료 하나를 공개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라는 무거운 질문을 국민들 건네는 심정이다. 양식이 있는 모든 분들의 판단을 구하며 글을 옮긴다. 자료를 검색해서 파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명색이 교육활동 침해행위 대응자료’, 그 충격적 진면목

 

대한교조가 입수한 해당 자료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2022, 작년에 발간한 교원용 자료집이다. 명색이 이름부터 교육활동 침해행위 대응용 가이드북’. 현직 교사들 다수가 집필에 참여했고 교사단체 소속 교사,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 단체 등 교육계의 단체들이 검토하고 자문한 책자다. 저자 명단에 적힌 직위들을 보면 화려하다.

이 책은 교권침해 상황을 겪은 교사가 직접 질문하고, 그에 대해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답변하는 Q&A 형식의 가이드북이다. 형식만 놓고 보면 어려움 겪고 있는 현직 교사들이 실무에 참조해 볼 법하겠거니 싶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Q)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는데, 이 사안이 아동학대에 해당하나요?

 

A) ... 학생이 교사의 높은 언성으로 인해 심리적인 두려움과 압박을 느꼈다고 술하면 정서학대로 판정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지도할 때 교사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교사의 교육 및 학생지도활동을 뒷받침하고 옹호하는 것은 커녕 대놓고 교사 탓을 명토박고 있다. 교사의 높은 언성에 학생이 두려움 느낀다면 정서적 학대로 판정될 수 있으니 애초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이것은 가이드인가 겁박인가. 아니면 여기 들어가려는 이들은 모든 희망을 다 버릴지어다.’라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문구인가.

가이드인가 겁박인가, 아니면 단테의 지옥문 앞 안내 문구인가?

 

마음에 참을 ()자 하나 그으며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보자.

 

Q) 학생이 수업이 재미없다며 참여를 거부하였습니다. 교사가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수업 시간 중에 자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A) 업시간에 잠을 자는 행위,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교사 지시에 불응하는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보기 어려우며..

 

수업을 방해하고, 잠을 자고, 지시에 불응하는 것을 교육활동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참으로 놀랍고 도발적이며 전위적 견해다. 교사를 때리거나 교실을 뒤집어 놓는 정도가 아니면, 그냥 정상적인 상황으로 알아서 감내하라는 말이다. 그나마 지나칠 경우에는 선도 조치 적용할 수 있다는 눈물겨운 단서 문구 하나를 덧붙여 달아놓았다.

 

다음은 학생의 수업 중 욕설에 대한 놀라운 해이다.

 

Q) (수업 중 잠자는 학생에게) “수업시간이에요. 일어나세요!”라고 말했어요. 잠에서 깬 학생이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 XX”이라고 욕을 했어요... 순간 교실에 적막이 흘렀어요.

 

A) 저속한 욕설, 무례한 언동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기 힘듦.. 단순히 교사 앞에서 화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욕을 한 경우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음...

 

학생이 선생에게 심한 욕을 하는데, 모든 학생이 다 보는 앞에서 이런 모욕을 겪는데도 소위 전문가들 해은 단호하다. 모욕죄 성립 힘듦,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음, 조금의 흔들림도 구겨짐도 없는 확정적 말들이다. 저자들은 확실한 제스처를 하고 있다. 교사를 변호해줄 생각, 조금도 없노라고. 자는 제자 깨웠다가 욕설을 듣는데도 모욕이 아니라면, 우린 이미 희망 없는 존재들이다. 그나마 빠져나갈 구멍을 파고 싶었던 것인지 교권보호위에 올려서 살펴 볼 수는 있다라고 말미에 한 줄 덧달아놨다. 그 얄팍함이 가련하다. 부디 천수를 누리시길. 교권 전문가들이시여.

 

교육자들을 절망에 빠뜨린 교권 가이드북

위 사례들은 그야말로 책의 일부일 뿐이다. ‘학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야 하냐는 질문에 저자들은 학부모님의 불만이 쌓여 민원으로 커질 수 있다라며 사실상 겁박을 하고 있다. 민원 무서운 거 알면 그냥 좋게 전화번호 건드리라는 소리다. 서이초의 젊은 교사가 왜 돌아가셨는지 이제야 단추가 좀 꿰맞춰지는 느낌이다.

 

저자들이 친절하게 예시 들어준 민원인 응대법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민원인이 돌아갈 때 공손하게 인사’, ‘민원인이 지속적으로 반복 민원하는 경우는... 민원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 솔직히 빚쟁이에 시달려도 이 정도로 저자세는 아니다. 공손히 인사하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 연출하라 이따위 조언을 정말로 대응자료라고 할 수 있나. 비록 우리가 불가촉의 천시 받는 삶을 감당하고 살지만, 동료 교사들로부터 이런 조언까지 책으로 들어야 하나. 집필진들은 정말 교사가 맞긴 한가.

 

공손히 인사하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 연출하라, 이게 조언인가?

 

이 저술에 참여한 인물들은 고통에 처한 교사를 변호하고 옹호할 눈꼽만큼의 의지도 애정도 없다. 인권을 조형하는 1원칙은 보편성이다. 교사와 학생,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자, 여자 같은 정체성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존엄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인권이다. 그런데 저자들의 인권관은 완전히 뒤집어져 있다. 교사가 제자들에게 상욕을 들어도 모욕이 아니고, 반대로 교사가 학생을 훈계할 때 언성이 높아지면 학대란다. 작정하고 특정 정체성 소유자는 결사옹위, 특정 입장의 존재에게는 무한대의 귀책과 책임을 묻는다. 이것은 지옥과 절망의 로직이다. 숱한 교권 침해에 시달린 교사가 희망을 품고 이 가이드북을 펼쳤을 때 느꼈을 위화감과 비애는 어떠했을까. 왜 숱한 교육자들이 천직인 줄 알았던 교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한스런 삶을 마감했는지, 무엇이 그들을 절망케 했는지, 이제야 우리는 비극의 작은 한 조각을 끼워맞춘 기분이다. 지금 한국 교육은 이런 숱한 요설들 포위 당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狂氣) 어린 교육활동 침해 대응 가이드북, 집필 교사들은 대체 어떤 분들입니까?

 

이 문제있는 책자를 집필한 이들중에는 교사들이 많다. 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살길래 이런 책을 쓰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KEDI는 왜 이런 교사들만을 모아서 자료집을 만든 것인지 그 의도를 알고 싶다. 통념을 벗어난 이 몰상식한 교육관이 어디서 발원했고 강화되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대한교조 소속 교사 일동은 여기 참여한 인물들의 솔직한 고백과 해명을 원한다. 특히 당대 교육자들에게 이 거대한 절망을 끼친 집필자들, 특히 검토진에 이름 올린 이들의 해명도 원하는 바이다. 더불어 이 가이드북을 자문하고 검토했던 전문가 그룹의 자성과 선조치도 촉구한다.

 

정부와 지역 교육청의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요구한다!

 

우리 대한교조 교사들은 KEDI 가이드북을 모니터링하며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교육부든 지역교육청이든 현장 교사들의 옥상옥에 올라앉아 교육 전문가역을 하는 그들이 곧 교실 붕괴의 상당한 책임자임을. 이런 식으로 멋대로 유포된 정부, 지자체, 교육청 발간 자료집, 가이드북들이 얼마나 많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숱한 교육자들을 궁지에 모는, 사실상 범죄의 낙인을 찍는 교권 침해자료들, 문건들이 퍼져나갈수록 한국 교육은 더욱 거대한 낙하의 포물선을 그릴 것이다. 이런 엉뚱한 교육 전문가들이 이들이 현장교사들 훈계하고, 참으라고, 너희들 잘못이라고, 학생들은 문제없다고 가이드해온 지난 십수년의 세월. 교사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고 소송과 악성민원에 말라갔다.

 

이에 우리 대한교조는 해당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한 KEDI와 집필진, 그리고 자문 및 검토진의 공식적 해명과 교권 가이드북 제작의 책임자인 KEDI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 지역 교육청, 이번 가이드북과 같은 부류의 책자 제작에 참여하여 자문 및 검토를 했던 전문가 집단과 단체들이 일방적으로 배포한 상식 밖의 교권관련 자료들 전수조사하여 개정, 폐기 조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포퓰리즘적 교육 관료들, 특정 교원단체 임원들의 근신과 사죄를 요구한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인물들이 현장 교육을 오도하고 교사를 궁지에 몰지 못하도록, 강한 인적 쇄신을 촉구한다.

2023920

대한민국교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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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대한교조 상임위원장 조윤희 (010.5492.5978// c103104@naver.com)

통화 연결이 안될 경우, 문자로 연락주시면 수업 마치고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