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개인으로 남을까요, 단체로 함께 할까요? 선생님의 선택은?
조윤희
처음 교단에 서시던 그 날을 기억하십니까?
우리 교사들도 그런 풋풋한 ‘첫날’이 모두에게 있습니다. 당연히 ‘초심’도 있었습니다.그러나 지금 어느 틈엔가 교직이 남루해지고 사람들은 교사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리 모두는 지쳐갔습니다.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이야기는 접어두더라도 지금은 교권이 추락하고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뒹굴다 못해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갈 지경이지요.
나 혼자만 수업 잘하고 교실 잘 지키면 되지. 이런 생각만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 ‘개인’만으로 힘든 교육현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으로서 단체나 조합없이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계가 분명한 조직 속에서 개인으로 맞서고, 개인의 지위만으로 억울함이나 불편함을 개선하고 해결하기에 현실은 여건이 녹녹지 않으며 너무 힘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무책임했고,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 못한 교원능력평가는 아직도 변할 줄 모르고 있으며, 표풀리즘에 빠져 헤매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인권은 많이 향상된 반면에 교권의 추락은 바닥을 모를 지경이구요. 교사들의 실질적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수석교사제는 안착하지 못하고 표류 중입니다. 제 손으로 땀흘려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자립형 인간을 길러내야할 교육은 인성교육이란 이름 하에 형식적인 교육에만 매달려 제대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 조차 찾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재력과 역량이 무한한 인재에게는 꿈과 기회와 경쟁력을 길러주고, 부족한 기초부터 길러가야할 학생들에게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실제적 기능과 준법의식을 길러주는 등, 실용교육이 동반되어야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날마다 마주하는 교육현장이 그러한가요?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은 암담합니다. 공교육 불신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는 바닥입니다. 2019년 KED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79점에 불과 했습니다. 교사의 정치편향 민원은 또 어떻구요. 최근 5년간 교사의 ‘정치적 발언’으로 인한 접수된 민원건수는 9배 증가한 300여건 이었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변화가 가파른데 반해 교권은 추락하고, 여러가지 민원 고충으로 학교를 떠난 교사들이 3년간 18,681명 이었습니다.
시대는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고, 연구하며 준비할 교과내용과 지식의 양은 엄청나게 산적해 가는데도 혼자의 힘만으로 그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교과연구회나 학습공동체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교육대상인 학생부터 학교 현장의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교직사회 전반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에 학습공동체만으로는 부족하며 혼자 감당하기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나을 일을 혼자서만 끌어안고 고민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같은 고민,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모여 서로의 일을 나누며 함께 간다면 덜힘들고 차츰 교사로서 보람도 찾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교직이 보람되고 교사가 행복해야 교단이 든든해지고 그 든든한 교단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함께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교사 단체 혹은 교사 노조
그래서 단체가 필요한 것이지요.
교사들이 모여 무엇인가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같은 단순 이익단체로서의 단체가 있고, 교사의 노동권을 인정하여 조합으로 승인받은 교사(노동)조합이 있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청')에 등록된 교사(노동)조합은 2020년 기준 현재,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한국 교원 노동조합(한교조) 그리고 대한민국 교원 조합(대한교조) 총 4개입니다.
물론 교사단체들은 여려 형태로 존재할 수 있지만 교사(노동)조합이 아닌 일반 교사 단체들은 교섭권의 성격이 달라 차이가 남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보다 우리 교사들의 안전과 법적 지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이 절실해보여 이런 논의를 드리는 것입니다.
얼핏보아 노조의 ‘교섭권’과 단체의 ‘교섭협의권’은 비슷해 보입니다. 둘 다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같지 않습니다.
노조의 ‘교섭권’은 강제력이 있고, 일반단체의 ‘교섭협의권’은 강제력이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사용자가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다면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서로 합의하여 체결한 내용을 ‘단체협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단체협약 역시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벌칙 조항이 있을 만큼 강제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과부나 교육청이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법 제92조 ‘단체협약 위반 시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런 권한이 작동될 수 있는 조합 중 하나가 대한교조입니다.
대한교조는 이미 존재하는 교사 (노동) 조합이고 우리 올교련 회원들이 상당 부분 공감하고 수용 가능한 기조와 목표를 추구하는 교사단체여서 소개해 올립니다.
● 노동자와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 이야기
대한교조라는 단체는 실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2008년에 창립되었거든요. 그러나 초심이 방황(?)을 좀 하다가 이제 다시 궤도에 진입하려하고 있습니다.
대한교조도 소속은 <고용노동부>입니다. 근거법은 노동조합법과 교원 노조법이구요.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노조가 맞습니다.
그러나 사실 여타 조합은 교원 ‘노동’조합을 표방하자만 대한교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교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면 왜 노동조합에 가입하라 하느냐고요?
대한교조도 노조가 아니냐고요?
이제 ‘노동자’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늘상 생각해 왔습니다. 교사들이 노동자라면 사용자는 누구란 말인가. 학교 내의 관리자와 교육청이 그럼 사용자인가? 학교 관리자도 월급 받고, 교육청 장학사도 월급 받는데? 그 분들은 또 교사의 ‘적(?)’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 역시 옳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사전을 찾아보면 노동자를 이렇게 정의 내립니다.
노동자 (勞動者)[명사]
1.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2.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우리가 통상 노동자라고 할 때는 ‘임금 노동자’를 두고 이야기 합니다. 교사는 특히 육체노동만으로 임금을 받지는 않으니 2번의 의미로는 노동자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1번의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대개가 노동자인 건 맞겠지요. 하지만 교장, 교감이나 장학사분들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도 교사와 동일한 노동자로 보기 어렵겠습니다.
노동법상으로는 사업주 또는 사업의 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근로기준법 2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까지도 사용자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조직에 있더라도 혹은 같은 교육 관련 직무를 임금 받고 수행하더라도 같은 노동자로 볼수 없는 것이지요. 이는 마치 일반 기업에서도 보통 ‘과장급’ 이상부터 차장, 부장, 심지어 임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와 유사할 것입니다.
당연히 교육계는 일반 기업과 다른 특수한 영역으로 구분해야 할지 모르지만 같은 울타리에 근무하는 같은 임금 근로자라고 해서 관리자와 평교사가 수평적인 관계 하에 살지는 않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교과를 담당하는 역할에서만 평등할 뿐이지 일반 업무분장에서의 지위는 분명 위계가 존재합니다. 학교만큼 위계가 분명한 관료적 조직도 드물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일반 기업의 조직 형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교직에 적용하자면, 교사의 경우는 임용을 한 ‘임용권자’가 분명히 있고, 그 임용권자들의 지휘·명령에 따라 우리 ‘평교사’들이 움직이게 되지요.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하고,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 사원들이 움직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노동법상 사업주에 해당하는 것이 교육조직에서는 ‘임용권자’로 볼 수 있으니,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육장 정도로, 사업의 경영담당자 혹은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는 장학관, 연구관, 장학사, 연구사, 그리고 교장, 교감이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대응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유사한 구조로 볼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용자의 부당한 지휘·명령에 노동자가 항의하듯, 평교사는 교육청과 관리자의 부당한 지휘·명령에 항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상당부분 평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부당함과 억울함의 태반은, 관리자의 권위적인 태도와 부당한 지시, 교육청의 부적절한 업무 지시와 과도한 사업 추진 등에서 나옵니다.
그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교원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0조
이러한 교원노조법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1항 및 사립 학교법 제55조에 대해 특별법의 지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교원의 노조 설립과 활동 등에 대해서는 교원노조법이 우선 적용되고 교원노조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노조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관리자가 교사를 불편하게 하거나 억울하게 하고 모든 교육청이 부적절한 업무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같은 평교사들이 항상 편안하고 억울할 일 없고 합리적인 역할에 만족할 일만 있다면 이런 교사조합의 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대한교조는 노동조합의 성격을 지닌 교원조합으로서 존재하지만 단순 노동자들의 집합이라는 생각보다는 교원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합으로 기능하고자 하는 것이며, 보다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법적 조직이자 조합으로,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조직이 되려하는 것입니다.
● 교사조합으로서의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 이야기
대한교조는 이제 허물어진 교육의 터에 벽돌 하나하나 다시 쌓는 마음으로 다시 뛰려합니다. 지금보다 더 일으켜 세워 혼자보단 둘이, 다섯보다 열이 더 큰 힘이 되고 서로의 생각에 빛이 되어 줄것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며 교사의 전문성을 연마하는 교사들의 단체가 되고자하는 대한교조의 기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한교조의 3대 기조(3 Purposes)
1. 현장 지향 활동 강화 및 교사들의 교권 보호
▲교사의 수업권 보호
▲ 교원노조법의 현실화를 통한 교권침해에 대한 상담 및 법률서비스 지원
2. 정책조직 활성화 및 교섭권 강화
▲ 교육현안 정책포럼 및 교육정책 협의회 구성
▲정책 실현을 위한 적극적 교섭권 행사
3.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 활동 지원
▲교과 연구 및 교사 연수 활성화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컨텐츠 개발 및 보급
이러한 근간을 토대로 대한교조가 추구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한교조의 5대 목표(5 Goals)
1. 합리적 논의와 합의를 지향하는 교단문화 창출
2. 현장적용과 현안해결을 위한 합리적 교육 정책 연구 및 제안 활동 지원
3, 글로벌 교육경쟁력을 위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제고
4. 교육본질 회복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및 교과 연구
5. 미래형 인재양성을 위한 경쟁과 협력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구축
공부하는 교사들이 모여 교육을 고민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교육으로 이끌고 밀어주어야겟습니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있는 사람들로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따뜻한! 더불어 함께!’ 같은 마음을 두드리는 슬로건 보다는 냉철한 지성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강령을 높이 들고, 자유와 개인의 책임을 가르치는 교육을 향해 나아가는 조합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현장에 착근시키기 위한 구체적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7대 실천과제(7 Major Projects)
1. 합리적 단체 협약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원조합문화 창출
▲ 교사의 지방직화 전환 반대 의견 전달
2. 교권보호를 위한 교원평가제의 개선 추진
3.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를 돕기 위한 상담 및 치유 기구 활성화와 현장 중심의 단위학교별 ‘교권보호위원회’운영 강화
4. ‘돌봄’의 현실화
▲ 지자체로의 이관
▲ 초등교사 자격증 보유자들의 시간 선택형 돌봄교사추진
5. 학교폭력 예방과 안전한 학교 구축을 위한 회복적 생활교육 적용
6. 학생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학교 선택권 보장
7. 능동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컨텐츠 허브구축
대한민국 교원조합. 지금껏 작은 걸음으로 주저하며 걸었다면 이제 더는 내려갈 곳도 피할 곳도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은 교사조합입니다.
지금까지 제안한 일들을 위해 교사는 교사의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많은 문제들과 직면하여 서로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대한교조는 앞으로 보다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법적 조직이자 조합으로,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조직이 되려하는 것입니다.
수업 잘하는 교사, 잘 가르치는 교사. 올바른 교육을 전하는 조력자.
대한교조가 지향하는 교사상입니다.
혼자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을 탈피하고 힘을 모아 함께 헤쳐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혼자 감당하기엔 산적한 문제들이 많으니만큼 집단지성이 줄 수 있는 이점들을 살리는 것이 최선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지식을 공유하고 자기연찬에 매진하는 교사가 되려는 분들이 함께 하길 원합니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회원은 대한교조 같은 노조단체에 가입할 수 있으며, 노조의 복수 가입도 가능합니다.
자유로운 선택을 환영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그리고 그 이상의 교사들이 용기있게 선택하여 아름답게 빚어낼 하모니를 기다립니다.
2021년 1월에
대한교조 상임위원장 조윤희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