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란 단어도 사치, 특수교육 교사의 인권 복원을 촉구한다>
1. ‘교권’이란 단어조차 사치. 그저 인간 ‘존엄’ 문제라 생각해주시길
최근 서이초 교사의 자살건, 유명인사인 주호민씨 부부의 특수교사 소송 등 연이은 사건은 우리 사회 통념과 양식에 조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 사회를 보수하고 지켜온 공교육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하겠다.
특히나 유명인사 주씨 부부의 잔인함, 가학성, 집요한 복수심으로 존경받아온 20년차 특수교사의 존엄이 부정 당한 참극. 많은 특수교사들이 우리 단체에 그간 꽁꽁 숨겨온 이야기들을 보내오고 있다. 특수교사들은 자기 처지가 초라해 보일까봐 주변에 딱히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지금 윤모 특수교사의 비극을 자기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한교조는 주호민씨 부부의 반성과 참회를 엄중히 요구하는 바이다.
2. 특수교육, 한국 교육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수호하는 최전선이며 방패제다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 이를테면 정규분포 곡선 위에서 우리는 조화롭게 산다. 그리고 이 분포곡선의 양끝단에는 많은 공직자들이 경계 위에서 홀로 투쟁하고 모순을 등짐지고 버티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쟁 시기의 군인들이다. ‘애국’은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막상 전쟁 때 타국 젊은이들 가슴에 총구를 들이대는, 평시와는 전혀 다른 윤리적 고민, 모순을 그들은 견딘다. 교육 분야에 이와 비슷한 역할이 바로 특수교육이다. 다양성 교육의 최전선에서 특수교사들은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내 안전은 정말 상관없는가’ 등 숱한 회의의 순간에 선다. 그렇기에 최극단, 최전선에 선 공직자들은 사회적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금번 주호민씨 부부의 행동은, 과연 앞으로 누가 특수교사를 해줄 것인가, 라는 암울한 회의감에 젖게 만든다.
3. 자신들은 몇마디 간편한 사과로, 존경받는 교육자는 파멸적 소송으로
‘설리번’ 교사로 극찬 받아온 윤모 교사. 그녀를 비밀스레 녹취해 트집 잡았다는 말들은 참으로 초라했다. 성폭력 행위로 분리된 가해학생에게 ‘바지를 내린 행동은 고약한 행동.. 네가 왜 교실로 못돌아가는지 알아?’ 이런 간단한 꾸짖음조차 소송의 대상이 됐다.
이 소송전을 벌인 주씨 부부, 그들은 과연 흠잡힐 일 없는 무결한 언어만 썼던가? 결코 아니다. 유명 인사인 주씨 부부는 평소에도 인터뷰를 통해 자녀 교육에 자신이 없다고, 힘에 버겁다고, 감정 통제가 잘 안된다고 토로했었다. 그런 이들이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몇날 몇일 불법녹음 끝에 몇 단어 트집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주호민은 일찍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 이상 국민들을 싸잡아 ‘제정신 아니’라고 방송에서 조리돌림하였다. 그는 누가 봐도 고결한 언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설리번 선생’이라는 평 들은 존경받는 교사를 이렇게 파멸시키려 들다니. 주씨 부부는 자성하라. 거울을 보라. 거울이 없다면 우리가 배송해드리겠다.
4. 주씨 부부는 이미 숱하게 용서받아왔다
주씨 부부는 자녀의 성적 추행에 관해 다른 학부모, 학생들에게 많은 용서를 받았다. 이 용서의 과정에서 윤선생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피해 학생 부모들은 ‘왜 이렇게까지 그 아이를 편드느냐’고 원망했지만, 윤선생은 ‘제 제자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거듭 구제를 요청했다. 이런 사명가가 한국 특수교육현장에 있음에 자부심 느낀다. 그런 분을 다음 주에 곧장 고발 한 주씨 부부의 악행에 환멸을 느낀다. 이렇게까지 추악한 고발전의 목적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5. 그로테스크했던 그날의 성교육
모든게 괴담같던 주씨의 행동 중에서도 우리 교육자들을 경악케 한 일은 성폭력 사건 후였다. 성폭력 가해자 측인 주씨 부부는 피해자 대상 특별 성교육 프로그램에 개입했다. 본인들 구미에 맞는 지인으로 강사를 밀었다고 한다. 이게 대명천지에 가능한 일인가. 주씨 부부는 셀럽이라고, 유복하고 권세 좀 있다고, 감히 세상 이치를 발 아래두려 했던 것이다. 바르게 살아온 모두를 자기들 뜻대로 길들이려 했다.
우리는 의문이다. 대체 왜 피해자가 교육 대상인지, 어떻게 성폭력 가해자 측이 피해 측 교육에 감놔라 배놔라 한건지. 우리는 명명가 주씨의 지인이라는 당시 성교육 강사의 해명도 요구한다. 정상적인 성교육 강사라면 주호민 부부를 엄히 꾸짓었어야 했다. 실사 이건 성교육이 2차 가해다. 국회 교육위원들은 당시 성교육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학교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달라.
6. 모두가 오늘도 눈물을 참고, 얼굴에 웃음을 그리고 출근한다
최근 특수교사들이 언론지상에 고백했듯 그들은 버스에서 대변 본 제자가 놀림받을까 맨손으로 급히 대변을 줍기도 하고, 제자가 몰래 자위행위하다 사정한걸, 여학생들이라도 볼까봐 급히 닦고 치워주기도 한다. 체험활동 중 장애학생에게 목을 물어뜯기고도 생글생글 웃으며 퇴근했지만, 교사의 부모님이 상경하여 자기 모습을 들킨 것에 참담했다는 얘기도 있다. 장담하건데 이 땅의 숱한 특수교사들이 매일 티 안내고 겪는 일이다. 주씨의 잔인한 놀잇감이 된 윤교사도 그 모든 고행을 묵묵히 겪었을 것이다. 특수교사들은 그럼에도 묵묵히 표정에 웃음을 그리고 오늘도 출근길에 오른다. 주호민씨, 왜 당신은 당신과 당신 가족만 연민하는가. 자신도 그렇게나 많은 대중적 사랑과 공감의 대상이었으면서. 우리 대한교조는 당신의 추악한 법정 공방에 분노한다. 귀하는 방송가 셀럽의 달콤한 삶을 누리기 전에, 인간의 낯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
7. ‘설리번’ 선생님. 고개 드세요.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우리 대한교조가 윤교사의 비극에 함께 하기로 결심한 것은 동종 직업군끼리의 폐쇄적 우애 때문이 아니다. 주호민이 그간 웹툰 작품으로 교훈했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선의, 부조리에 대한 의분 때문이다. 우리는 주씨의 작품 속 한 대목을 인용한다. 저승사자가 사후 재판을 자포자기한 주인공을 바로 세우며 하는 말. '김자홍씨. 고개 드세요.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우리는 윤 교사 들으라고 외친다. 선생님. 고개 드세요. 다신 나쁜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로 운전대 놓지 마세요.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8. 우리 제자들, 학부모에 대한 잔인한 말은 멈춰주시길
많은 국민들의 응원과 위로에 감사하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정제되지 않은 말글이 곳곳서 퍼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장애 제자들을 향한 편견어린 말들, 조롱조와 열패감 가득한 부정적인 메시지들은 퍼져나가선 안된다. 혹여라도 우리 제자들이 나쁜 글들 보게될까 두렵다. 주씨 때문에 마치 적대적 관계인양 오해받지만 사실 특수교사 상당수는 장애인 가족이라는 개인사를 지녔다. 어느 중학생 소녀는 시각장애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훗날 나는 특수교사가 되어 우리 엄마에게 점자 알려줄거야’, 이 마음으로 공부했고 학교 현장에 서있다. 어느 특수교사는 ‘엄마 아빠 돌아가시면 자폐장애 가진 우리 오빠 누가 지키나’ 이런 마음으로 특수교사가 되었다. 그렇다. 특수교사들은 누구보다 학부모들의 벗이고 지지자이고 팬이다. 우린 힘든 세월을 한마음으로 살았고, 서로를 존경한다. 그러므로 국민 여러분, 화가 나셔도 잔인한 말은 꼭 멈춰주십시오. 대한교조도 노력하겠습니다.
2023년 7월 31일
대한민국교원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