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학부모가 본 윤석열 정부 2028 대입 개편안 [박소영의 나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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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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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융합형 수능 과목체계로 개편’ 환영
‘이권 카르텔 근절’ 반드시 해결해야!
‘교사의 평가역량 강화’ 필요
수능 상대평가 유지는 수험생들에겐 ‘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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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데일리안 = 데스크]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대입제도가 있을까.

드디어 교육부가 2028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애초에 예정되었던 날보다 몇 개월이나 늦어진 발표다. 이는 교육부도 발표를 앞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개정을 시작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기 때문에 교육부는 그동안 해당 학년이 치러야 하는 2028 대입 개편안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2022 대입 개편안 논란이 있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대학 입시 제도를 또 개편해야 하는 현 정부의 교육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18년, 2022 대입 개편안 공론화 결과도 뒤집었던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정시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의 방침을 뒤집고, 2019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2년 입시부터 정시 확대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2020년 총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당시 수많은 학부모, 학생은 그것만이라도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총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대다수 학부모, 학생이 정시 확대를 원한다는 사실이 두려워 내린 신의 한 수였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상위 16개 대학 정시 확대 40% 이상 방침’을 발표했지만 2023년 현재 전체 대학 수능 위주 전형은 여전히 평균 20%대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3년 10월 교육부는 2024년 2월 말 확정 발표해야 할 2028 대입 개편안 시안을 발표했다. 이제 대입제도와 관련된 공방은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먼저 교육부가 발표한 이번 2028 대입 개편안의 내용을 살펴보겠다.

‘통합형·융합형 수능 과목체계로 개편’ 환영한다.

2028학년도 수능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모두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시험 보게 된다. 모든 학생 등을 유·불리 없이 동일한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통합형 과목체계를 통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른 유·불리와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다.

여기까지가 교육부가 발표한 통합형·융합형 수능 과목체계로 개편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 중에서 두 과목씩 선택해서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되어왔다. 따라서 이러한 개편으로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주로 고1에게 배우게 되기 때문에 수능의 범위가 관건인데, 이 또한 교육부가 논리적 심화학습 중심의 융합 평가로 개선하고 변별력을 유지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문제이다.

‘이권 카르텔 근절’ 반드시 해결해야!

최근에 교육부가 현직교사들이 킬러 문항을 사교육시장에 팔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돈을 벌고 있는 실태를 발표했다. 세부 유형별로는 모의고사 출제 537건, 교재 제작 92건, 강의·컨설팅 92건, 기타 47건 등 총 768건이라고 한다. 이는 자진신고로 파악한 것이니 교육부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상 그 건수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교육시장과의 이권 카르텔은 시험 문제 뿐 만이 아니다. 이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 대상이었던 자소서, 소논문, 생활기록부를 잘 받기 위한 컨설팅은 그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고, 진학지도를 하던 교사들이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사교육시장에서 일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교육부가 이러한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고교 내신을 5등급 체제로 선진화’ 가능할 듯

2025년부터 고교 내신 평가는 고1·2·3학년 전 과목에 동일한 평가체제가 적용되어 내신 9등급제에서 선진화된 5등급제로 개편한다고 한다. 즉 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32%, 4등급 24%, 5등급 10%로 2025년부터는 모든 학년과 과목에 일관되게 학생의 성취 수준에 따른 5등급 절대평가(A-E)를 시행하면서, 안정된 입시 운영과 학교 내신 평가를 위해 상대평가 등급(1~5등급)을 함께 기재하여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조치는 학교 내에서의 치열한 내신 경쟁을 완화하는데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교사의 평가역량 강화’ 필요

교육부가 발표한 이 내용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인해 교권을 재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사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되었고, 교육부와 정부는 이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을 지켜보는 학부모 대다수와 국민은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교사의 책무성이 배제된 교권 강화에는 부정적인 태도다. 교사들 스스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교사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는 다짐을 한 교사단체는 작은 규모이지만 대한민국교원조합이 유일했다. 이번 서이초 사건 이후 홈페이지에 회원 수가 늘었다며 공개했던 교사노조와 전교조 등 그 밖의 교사단체들은 교사의 책무성에는 침묵했다.

따라서 교사의 평가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사고력·문제해결력 등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학교가 먼저 변화하고 교사가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학부모들은 환영할 것이다. 다만 논·서술형 교육이 평가의 수단이 되는 이상 사교육시장의 발 빠른 움직임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한 논·서술형도 획일화된 답안, 모범 답안의 형식으로 암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반드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충분히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진 후에 입시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의 말대로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현실을 간과한 채 교육의 이상만을 외쳐온 이들에 의해 현실과 괴리가 큰 입시 제도가 운용되기도 했다. 예컨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운영상의 문제로 인해 입시를 준비해오던 학생과 학부모는 고통스러운 점이 많았다. 수능이 있는 집 자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고 외치던 진보 진영의 교사단체, 시민단체들은 고액 스펙 쌓기로 결국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큰 학종의 폐단에는 침묵했다.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의 입시 비리에도 침묵했다.

지난 정부에서 개정한 학종 전형을 보면 교사의 추천서도 2022 대입부터 폐지되고, 자소서는 2022 대입부터 글자 수가 축소됐다가 2024 대입부터는 전면 폐지된다. 또한 자율 동아리 활동, 수상 경력, 개인 봉사활동 실적 등 정규 교육과정 외의 활동들은 모두 대입 전형자료에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학종의 주요 취지는 다 사라진 셈이다. 교과별 교사들의 교과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만 남은 학종은 전교조가 그리도 확대해야 한다고 외쳐온 교과 전형과 다를 바가 없어진 셈이다. 즉 교사의 잡무와 교사의 역량이 더 요구되는 학종보다 오로지 교사의 단순한 평가권만 남는 학생부 전형을 환영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래서 전교조 등 진보 진영의 교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를 역평가받게 되는 수능이 그토록 싫은지도 모르겠다.

이번 수능 상대평가 유지는 수험생들에겐 ‘마지막 잎새’

얼마 전 조선일보 대학 총장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대학은 선발의 자율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고 일관되게 외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학이 자신의 대학에 맞는 인재를 자기들의 기준으로 뽑고 싶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러나 수백 개 수천 개의 댓글을 통해 민심을 알 수 있듯이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의 입시 비리, 모 대학의 총장 자녀가 농어촌 전형으로 자신의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문. 이런 일들이 지속해서 벌어지는 한 대학에 입시 선발의 자율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데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능이 시작된 지 지난 30년간 대략 13회의 걸쳐 수능 제도를 고치고 또 고쳤다. 학부모들이 누더기 수능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나마 수능이 공정성, 객관성, 보편성 면에서 다른 전형보다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도 초기에는 사고력을 향상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시도 때문에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전국 어디에서나 일타 강사의 강의를 연 수십만 원이면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수능 준비가 가능해졌다. 이런 면에서 학생들은 부모의 영향력, 교사의 영향력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고 왜 떨어졌는지 왜 붙었는지 모르는 다른 전형보다 수능이 훨씬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제 수능이 강남과 수도권 학생들에게만 유리하다느니 스카이에 강남 학생들 비중이 높아졌다느니 수능은 한 줄로 줄 세우는 암기식 위주의 시험이라며 수능을 악마화할 때가 아니라 왜 학생과 학부모들이 누더기가 된 수능이 차라리 낫다고 하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 때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도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의 입시 비리도 터지기 전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현재 선관위도 아빠 찬스를 쓰는 나라가 됐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내 자식이 더 좋은 대학에 가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때문에 자칫 불법을 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고, 그동안 불공정으로 인해 상처 입은 학생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납득할만한 대학 입시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2028 대입 개편안은 그동안 입시의 불공정에 분노한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입시 현실을 고려한 현 정부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로 고1 때 학습하게 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 범위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심화 수학에 대한 논란, 내신과 수능이 평이해져서 오히려 대학의 면접 등이 강화되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앞으로 교육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하고 만족할 수 있는 대입제도를 완성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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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소영 국가교육위원회 위원(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