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나는 대한민국교원조합의 상임위원장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노조위원장 전국위원장인 셈이다.
노조위원장...그 다섯글자에서는 투쟁의 냄새가 풍기고 어딘가 모르게 결기가 느껴지며 시뻘건 조끼와 머리띠가 연상될 것만 같다.
그러나 대한교조 상임위원장은 붉은색 조끼 대신 짙은 남색의 단정한 원피스 그리고 그 위에는 하얀 물방울 무늬가 있는 짙은 남색의 자켓을 걸치고 인수위를 잘 다녀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교육분야를 다소 홀대한다는 이야기는 진작부터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한교조도 그런 부분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작은 소리라도 내었지만 새 정부는 뒷전인 듯했다.
그러나 인수위는 그나마 교육 현안을 대면한다면서 교총을 만났고, 전교조를 만났고, 교사노조를(교사노조는 두 번을 만났다) ,그리고 여타 작은 교사 단체마저도 만나는 것 같았다. 우리 '대한교조'만 빼고. 나의 마음은 다급해졌고 이참에 반드시 만나 우리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자유우파인 합법적 교사 조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과 한편으론 우리를 빼고 자유우파 교사들의 입장을 어디서 듣겠다는 것인지 은근히 부아도 치밀었다.그런 마음들이 복잡하게 들수록 꼭 만남이 성사되게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죄다 동원해보리라 다짐하고 방법을 찾느라 분주했다.
그렇게 해서 인수위원에 닿을 수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연락을 드린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인수위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는 전달할 의제제안서 약안과 방문 요청 공문을 전달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간담회는 성사되었고, 도리어 예정한 날보다 하루라도 당겨보자는 연락까지 받게 돼 우리 대한교조 선생님들은 한껏 고무되었다.
그다지 큰 기대 할 것 없다는 위로부터 애많이 썼다는 격려까지 미리 당겨 인사를 받고, 우리는 마침내 4월 27일 오후 삼청동에 있는 인수위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2008년에 만들어져 지금껏 존속해온 대한민국교원조합은 그 네분의 인수위 전문위원들게 너무도 생경했다. 그야말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런...)’ 단체 아니었을까. 아주 너무나 짧게 압축해 그간의 역사를 전달했고, 우리가 어떤 성격의 교사단체인지 설명을 이어갔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교총을 만나면 ‘보수’ 교사 단체'는 그걸로 끝 아니냐는 생각들이 지배적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교총은 조합이 아닌 단순 연합체로서 단체교섭을 체결해도 교육부나 교육청이 협약내용 불 이행시 연합은 노조법 제92조에 의한 법적 제제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교사조합과는 다르다.
그렇든 어떻든 보수단체라는 교총을 ‘하나’ 만났으면서 진보 성향의 교사조합은 전교조도, 교사노조연맹도 ‘두 개’나 만나면서 유일한 합법적 자유우파 교사조합인 우리는 패싱을 하려 했던 사실에 화도 났지만, 우리 조직의 미력한 한계 때문임을 잘 알기에 슬프고 억울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뭐라도 해야 했고, 우리를 알리고 링위에 올라가는 시작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절박함이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새정부에 바라는 <자유를 지향하는 미래 교육>이란 제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한 ‘20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대한교조의 미래 교육 의제 14’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큰 영역은 ‘공교육 정상화’, ‘학력 향상’, ‘교사 업무 경감’,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및 처우 개선’ 등 4가지의 영역으로 구성하였는데,
‘공교육 정상화’의 주제 속에는
▲선택의 자유 보장 및 자연스러운 경쟁 제도화 ▲유아교육 정상화 및 공사립 동일한 무상교육,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축소 및 지역 기반의 교육환경 개선 ▲ 편향과 선동에서 벗어난 올바른 역사교육 확립 등의 세부 과제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고, 우리 모두는 “편향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아, 학생들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올바른 역사 의식을 확립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달했다.
‘학력 향상’ 주제 속에는
▲학력을 중시하는 정책으로의 전환, ▲학생의 입체적인 이해를 위한 방안 ▲자유롭고 올바른 교육관과 지식관의 정립, ▲미래형 하이브리드형 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학문과 융합교육 강화, ▲先 교육 정상화, 後 입시정책 개편 등의 세부 과제를 통해 ‘학력 향상’ 방안을 제시했으며,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만이 능사는 아니며,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야하고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하였다.
‘교사 업무 경감’ 주제 속에는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행정업무 재구조화를 통해 ‘교사 업무 경감’을 이루어 수업 연구와 학생 교육 등 교사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제시했고,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및 처우 개선’주제 속에는
▲신뢰와 타당성을 확보한 교사 평가 시스템 도입, ▲교사 양성 과정부터 예비교사의 역량 강화,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자율성 강화 등의 정책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및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 열심히 연구하고 교사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교사에게 실질적 보상과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도록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우리는 “학생들이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길 희망하며, 그를 위해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두 행복한 학교 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의제 제안서 말고도 그간 학교현장에 쏟아진 편향되고 어처구니없는 교육정책의 결과물들과 그런 공문들을 들고 갔다. PDF로 만들어 파일에 끼워가기도 했고, 메일로 사전에 송부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사안들에 대해 작아도 독한 소리를 쏟아내온 우리 대한교조의 입장문과 성명서 인터뷰 기사들도 고스란히 모아서 들고 갔다. 지금껏 교육 현장이 얼마나 뒤집혀져 있고, 무너져 왔는지를 전달할 기회라 생각했다. 짧아도 그 시간을 놓칠 수 없어서였다.
인수위의 전문위원들은 하시는 말씀을 잘 알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무엇을 도와드리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물론 말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인수위’라는 곳 자체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못을 박기도 했다. 잘 알고 있는 바였지만 두 가지는 꼭 다짐을 받아야 했다.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을 시켜달라. 지금껏 교육청이 단체협약 등에 교총, 전교조, 교사노조 들과 단체협약을 하는 자리에 우리는 배제시켜왔다. 물론 우리의 규모를 이유로 들어 배제시켜온 것은 알지만 그래서 빼놓으면 사름들은 모르고, 모르니 신규 가입이 없고, 그래서 못 크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 그러니 그런 협약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알릴 수 있고, 알아야 가입하고 가입이 늘어야 저희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회를 달라. 절박하게 요청했다. 다시 없을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탁에 대해 교육부에 돌아가면 노조 담당 부서에, 앞으로 대한교조도 배제되지 않고, 단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교과서나 교육과정이 너무 편향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런 문제들을 꼭 바로잡아주길 당부하고 왔다. 물론 유아교육을 위해 무상교육이 되더라도 유치원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를 통해 바우처 형태로 무상교육이 될 수 있게 지원해 주고, 학부모들은 병설이 아닌 단설유치원을 원하느니만큼 공사립에게 동일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간담회를 마무리 하며, 우리는 “무너져 가는 교육 현장 속에서 올바른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들의 의견이 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희망하며 이를 위해 법적지위를 가진 교원단체는 모두 단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교사들의 여러 의견이 가급적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조하며 마무리 하였다.
2년전, 대한교조 하면 ‘뉴라이트’라는 네 글자로만 기억하던 분들로부터 잠들어 있던 교사조합을 다시 깨워 일으켜 세우며, 자유우파 교사조합의 생존을 위해 새롭게 노력한 교사들의 노력으로 묵은 때를 벗기고 우리 대한교조는 새롭게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이번 인수위 방문은 그렇게 신발끈 고쳐매고 내딛은 첫발자국이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흔들려온 대한민국의 공교육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대한민국 교원조합의 상임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