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원인에 공손히 인사하고 반복 민원에 최선 다하라"…文 정부 교권침해 대응 자료집 '논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3-09-24
조회수
809

한국교육개발원 2022년 1월 '교육활동 침해행위 어떻게 대응할까요?' 발간

수업 시간 자는 행위, 수업 방해 행위, 교사 지시 불이행 행위 등 교육활동 침해로 보기 어려워

민원 응대법 제시...'돌아갈 때 공손히 인사', '반복민원에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야'

"학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 알려주지 않으면 학부모님 불만 쌓여 민원으로 커질 수 있다"


[교육플러스=지성배 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 발행한 교권 침해 대응 자료집이 오히려 교권 추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자료집은 교원용으로 제작돼 전국 학교에 배포됐고 아직도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의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어 빠른 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교육활동 침해행위, 어떻게 대응할까요? - 교원용 자료집’을 발행해 교육부에 제출했고 자료집은 전국 학교에 배포됐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교육부 발주 수탁 과제다.  

자료집 내용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 ▲교육활동 침해 사례와 대응 방안 ▲그 밖의 학교 내 문제 상황과 대응 방안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각종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해 적시한 대응 방안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행위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행위 등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수업 방해나 교사의 지시 불이행이 ‘지나칠 경우’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선도(징계)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성배 기자 

AI가 그린 이미지(제공=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AI가 그린 이미지(제공=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

자료에 제시된 민원 응대법은 교원의 교육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부적으로 △민원 상담 응대 시 ‘민원인이 돌아갈 때 공손하게 인사함’ △지속적으로 반복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그동안의 민원 신청 및 답변 내용 다시 설명 또는 다른 해결책 모색 등 민원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 △민원인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없는 경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 및 대안적 해결방안 적극적으로 찾아 지원 노력’ 등을 응대 방법으로 제시했다.

 학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학부모님의 불만이 쌓여 민원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 사실상 알려주는 것을 가이드로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며 홈페이지, SNS 등 다른 소통창구 활용을 권했다.

저속한 욕설 및 무례한 언동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기 힘들다고 언급하면서, ‘학생이 수업시간에 교사 앞에서 화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욕을 한 경우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한 욕이 아니라면 교원지위법 상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기재돼 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어떻게 대응할까요'를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위)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아래).'교육활동 침해행위 어떻게 대응할까요'를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위)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아래).

해당 자료집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등의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또 현재 전국 각 학교에 배포돼 사용되고 있어 교육부가 지난 9월 1일자로 시행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반영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 상임위원장은 “교실 붕괴의 근본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놀라운 자료를 문재인 정부에서 생산해 배포했다”며 “교사의 교육 및 학생지도활동을 뒷받침하는 게 아닌 교사 탓을 대놓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사를 변호해줄 생각이 전혀 없는 자료”라며 “숱한 교권 침해에 시달린 교사가 희망을 품고 이 가이드북을 펼쳤을 때 느꼈을 위화감과 비애는 어떠했을까. 교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한스런 삶을 마감한 그들을 무엇이 절망케 했는지, 그 비극의 한 조각은 이 자료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