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韓中)전에서 국내 포털사이트의 중국 응원 비율이 90% 넘게 쏠린 데 대해 교수단체가 “여론이 조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헌정법제위원회(위원장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4일 성명을 통해 “국민 여론이 도둑맞고 있다”고 밝혔다. 헌정법제위원회는 정치학, 법학 교수들로 구성됐다.
앞서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맞붙었다. 이때 포털사이트 ‘다음’이 개설한 응원 코너에서 중국 측 ‘클릭응원’ 수가 1983만회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교모는 “단순히 소수 인원의 무제한 클릭 등으로 설명될 수 없다”며 “댓글 등으로 조직적으로 활동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단순히 ‘차이나 게이트’ 정도로 치부하는 언론과 정치권, 시민 사회의 소극적 반응에 대해 맹성(猛省‧깊이 반성함)을 촉구한다”고 했다.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여자축구 8강전 남북 경기에선 북한을 응원하는 클릭 수가 65만회, 전체 응원 클릭의 75%를 차지했다. 조별리그 홍콩전에서도 홍콩이 받은 응원 클릭이 117만회로 91%를 차지했다.
정교모 헌정법제위는 “단순히 ‘다음’ 측에서 이 코너를 폐쇄하거나 기술적 문제로 어물쩍 변명하고 끝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며 “한국 사회의 사이버 여론 공간에 반(反) 대한민국의 세력이 조직적으로 자리 잡고 활동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부 세력에 의해 여론이 농락당하는 나라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적어도 이런 경악할 만한 객관적 정황이 드러났으면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머리를 맞대고 이를 차단할 방안을 같이 고심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정교모 헌정법제위는 대안으로 ‘포털사이트 실명제 도입’을 꺼냈다. 헌정법제위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익명제를 존치하되, 반드시 실명제 게시판을 병행토록 하여 책임 있는 댓글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상대 국가에 대한 민심 이반을 노린 모략전은 손자병법에도 등장하는 오랜 전통”이라며 “원세개(袁世凱‧위안스카이)는 한양에 별도 소문 부대를 운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 사태 해결의 키는 입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또 “이 문제에 소극적이라면 외세를 끌어들였던 구한말 수구세력과 다름없는 존재임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끝으로 헌정법제위는 “여론을 도둑맞으면서 민주공화정을 한다고 할 수 없다”며 “국외 적성 세력에 의한 여론 찬탈 문제에 대하여는 여야‧포털 기업들‧언론‧시민단체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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