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라는 위선의 굿판부터 집어치우라

작성자
작성일
23-09-05
조회수
328
댓글
0
1. 악성민원인이 된 학부모조차 피해자다. 
약간 결과론적인 얘기다. '악성민원'의 보고로 지목된 학부모들조차 일견 피해자일 수 있다. 흥분하지 말고 들어보시길.
오랜 세월, '교육공동체'라는 허언, 대책없는 개념의 인플레가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의 정확한 역할과 지위를 헛갈리게 만들어놨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 넘고 실례하기 딱 좋다. 선넘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러 선을 뿌옇게 그려놓은 것도 문제다. 그만큼 부옇고 흐릿한 개념인거다. '교육공동체'.
요컨대 교사의 역할, 부모의 역할, 이런 정확하고 단호한 개념 규정 없이, 서로 협력적인 관계라고, 대략 좋은게 좋은거라는 캠페인성 구호만 가득했던거다. 덕분에 교육자들은 교육의 주인공이자 최고 전문가라는 자존과 자각을 잃고 부유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헛갈리고 종종 선넘는 교양없는 인간으로 비난 받았다.
2. 공동체주의의 유령이 떠도는 학교
옛날 마르크스의 글을 패러디하자면 '하나의 유령이 학교를 떠돌고 있는거다. 공동체주의라는 유령이.'
학교란 뭔가. 뭐긴. 그냥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다. 불필요한 메타포나 문학적 미사여구가 전혀 불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습의 주체는 학생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 이 뿐이다. 학부모는 그럼 뭘까. 뭐긴, 그냥 학교 바깥의 존재지. 애초에 교육 전문가는 교사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들의 바운더리인 학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코미디인거다. 예를 들어 학교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의 장은 교사가 아니다. 대개 학부모들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글쎼. 민주적 시민 참여가 어쩌고 저쩌고, 어수룩하고 부연 답변만 돌아온다. 대체 교육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왜 프로페셔널한 교육적 결정의 장을 맡나. 교육학 전공했나. 학교 회계 및 행정에 대해 아는 것 있나.
교사들도 한심했다. '교육공동체'라는 말장난에 숱하게 가스라이팅 당해서 자신들의 영역인 학교를 빼앗겼다.
3. 공동체라면서 왜 책임은 공동으로 안지나
일단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허언이다. 쓸데없는 개념의 오기다. 턱도 없는 용어적 인플레다. 학부모, 학생, 교육자를 공동체라는 동지적 관계인양 묘사하는데, 정작 현실은 '공동체' 내에 벌어진 사건사고는 죄다 교사에게 다 뒤집어 씌운다. 공동체라면 공동의 책임성을 전제하는건데, 학부모가 뭘 책임지나. 학부모는 언제나 탓하는 존재, 민원내는 존재, 여차하면 소송을 거는 존재다.
요는, '교육공동체'란 역할 혼돈만 잔뜩 만들어 부모는 선넘게 하고 교사는 위축되게 만드는 최악의 말장난이다. 이젠 허언의 굿판을 걷어치울 떄다.
4. 공유지의 비극
'공동체'란 개념은 애초에 책임소재를 물을 수 없는 기이한 단어였다. 유럽의 동부, 혹은 오소독스 지역에서 만연한 사조였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공동체'라는 개념을 '위원회'라는 조직으로 표식했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류 상태를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비유했다.
요컨대 '모두의 것'은 기실 '누구의 것'도 아닌거다. 마찬가지다. 모두의 책임이란건 사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공동체'라고 홍보되는 조직은 하나같이 흐리멍텅하고,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얼빠진 모습을 연출한다. 이런 조직의 실무와 책임은 대개 가장 힘이 없는 관료조직의 맨 하단에서 군말없이 도맡는다. 학교의 교사들이다. 이들에게 온갖 책임은 다 떠넘기고 맘에 안들면 처벌과 소송으로 응징하면서 가증스럽게도 교육 공동체 운운하다니. 다 집어치우라.
5. 학교는 교육 전문가에게 맡기고 외부인들은 본인 일에나 집중하소서
당대의 교사들이 자신감 잃고 학교의 부속물처럼 부유하는 것도 이 교육공동체 개념 때문이다. 전문가를 무시하고 천시하는 유교국가적 한심함이 뚝뚝 베어난다.
공교육에 있어 학부모란 그저 등교 전, 하교 후의 책임자일 뿐이다. 학교 일은 본질상 교사와 학생 간 사정이다. 학습의 주체가 학생이면 교육의 주체는 교사인거고, 그렇기에 교사는 전적 책임을 져왔다. 지금은 어떤가. 교사에게 학교 일을 무한책임 묻는데 그에 비례하는 어떤 권한이 있나. 모두가 한입으로 떠들지만 누구도 믿지 않는 단어가 교육공동체다. 결국 선생에게 다 떠넘기고 소송으로 최후의 대미를 장식할, 이 가증스런 굿판을 걷어치울 때다. /
세 줄로 정리한다.
1. 학부모들조차 '교육공동체'라는 허언 때문에 선을 넘는거다.
2. 공동체라면서도 책임은 왜 공동으로 안지고 교사에게 떠넘기나.
3. 학교일은 교육 전문가인 선생에게 맡기고 비전문가들은 본인 일들이나 집중하길.
추신. 이 글 읽는 동료 선생님들께
대한교조는 교육의 본래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어설프고 듣기좋은 허언, 위선적인 교육 운동가들이 퍼날른 명분론 때문에 상처 입고 고통 당한 모든 교육자들의 벗이 되겠습니다. 대한교조에 오세요.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삽시다.
배재희(특수교육)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